감정 & 인간관계

블랙프라이데이를 버티는 소비 억제기

복학한 공대생 2023. 12. 8. 00:40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이 끝난 것 같다. 물론 나는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았다. 사고 싶은 건 많았지만, 사야할 이유가 분명한 건 없었다. 게다가, 그때부터 슬슬 줄어들은 통장 잔고를 보며, 돈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으므로 블랙프라이데이를 무사히 흘려보낼 수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적어도 신발 한 켤레는 구입했던 것 같다.

물론, ‘블프’를 알게된 게 몇 년 안 되긴 했다.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거의 모든 품목에 있어서, 집에서 사주는대로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가전이나 인테리어 소품에는 돈 쓸 일이 없기 때문에 그쪽 사정은 잘 모른다. 반면, 패션 유튜버를 통해 ‘블프’를 알게되어서 그런지, 옷이나 신발 쪽으로는 어떤 플랫폼들을 이용하면 좋을지, 국내와 해외 모두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다. 잇섭이라든가, 신동 같은 테크 유튜버나, 잡다한 물건들을 다루는 유튜버들은 알리 익스프레스 같은 플랫폼에서도 여러 가지 좋은 물건들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내가 실제로 비용을 지불하고 물건을 받아본 경험은 없다.

블프라고 카드를 추천하기도 하네...ㅋㅋㅋ


아무튼 블랙프라이데이에 구입하기 좋은 것들은 만 22세의 내 기준에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내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니더라도 구입하고 싶거나 구입해야 할 이유가 있다.
2.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닐 때도 비슷한 할인율을 가졌던 것들은 제외한다.
3. 평소에 그렇게까지 구입하고 싶지도 않았고, 구입해야 할 이유도 딱히 없었지만,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한번 새롭게 도전해보는 품목이다.

그리고 약간의 첨언을 해보자면,

1.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니더라도 구입하고 싶거나 구입해야 할 이유가 있다.
-> 돈을 아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착화감이 굉장히 좋아서 또 사야겠다고 생각했던 신발인데 30%정도의 할인율을 보인다든가, 겨울에 꼭 필요한 목도리, 패딩 같은 방한용품들은 하나씩 데려와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캐치볼이라는 브랜드의 신발이 매우 편해서 이번에도 또 하트를 눌러놓고 장바구니에까지 넣어두기까지 했다. 패딩도 작년에 낡은 롱패딩을 버려서, 하나 장만하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다. 물론 둘 다 울타리 안에 있는 내가 휴가 나갈 때 며칠 씩을 제외하고는 거의 1년 이상 못 쓸 것들이라 실제로 결제를 하지는 않았다. 울타리에 갖히기 전에는 주로 이 기간에 신발을 많이 데려왔던 것 같다.

2.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닐 때도 비슷한 할인율을 가졌던 것들은 제외한다.
-> 시즌이 많이 지난 명품 하이엔드 제품들이나 시즌오프 기간 세일에도 항상 나오는 것들은 굳이 살 필요 없다. 꼭 필요하다면 상관없겠지만, 플랫폼들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수많은 광고들이 등떠미는대로 순순히 돈을 내주기 싫은 기분이 든달까?

3. 평소에 그렇게까지 구입하고 싶지도 않았고, 구입해야 할 이유도 딱히 없었지만,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한번 새롭게 도전해보는 품목이다.
-> 나의 과거 경험을 떠올려보자면, 나일론 모자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한창 고프코어니, 뭐니 하며 나일론 모자들을 많이 쓰고 다니는 분위기였지만, 평소의 나는 ‘나일론으로 만들 걸 몸에 걸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블프 기간에 정말 저렴한 가격에 나쁘지 않은 아이템을 발견하여 맛을 봤던 기억이 난다. 막 즐겨 쓰지는 않지만, ’이런 느낌이구나‘ 알기에 충분했고, 또 평소와는 괜히 다르게 입고 싶은 날에는 종종 쓰는 것 같다. 아무튼 내가 그렇게까지 투자하고 싶지는 않지만, 경험해보고 싶거나 도전해보고 싶은 것에 지출하기에 적절한 물건이 있다면 건지기 좋은 시기인 것 같다.

+ ’런업‘이라는 유튜버도 보는데, 그 아저씨는 나랑 소비가 완전히 다르다. 멋있는 아저씨지만, 울타리 안에서 한달에 100만원도 못 받는 사람이랑, 얼마 버는지는 몰라도 청담동에서 몇 년째 자기 사업 유지하는 사람의 소비가 같을 수는 없으니 당연한 말이다. 블프 기간이나, 시즌오프 기간이나, 본인의 할인 혜택 프로모션 중에, 지금 파는 가격이 괜찮으니까 미리 사두었다가 나중에 선물할 일 있으면 하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나로서는 선물하고 싶거나 해야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고, 그러한 고가(물론, 어떠한 가격을 ’고가‘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도 다들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의 물건들을 쌓아놓고 있을 여력도 안 된다. 아무튼 이렇게 누군가의 말이 ’나름‘ 합리적인 것 같아도, 그게 그 사람의 상황에서만 합리적이라면, 나의 소비에 반영할 수 없다.

++ 이건 굳이 안 해도 되는 말이지만, 내 블로그니까... 무신사 블프는 그냥 캐치볼, 반스 정도가 맞는 것 같다.


‘뿅글이’라는 유튜버가 쓴 ‘돈은 좋지만 제테크는 겁나는 너에게’라는 책을 2회독 중이라, 그 사람 책에 나왔던 말인 것 같은대, 어쨌든 ‘소비 억제기’라는 말이 지금의 나의 상황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 블랙프라이데이에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스스로 ‘억제’라는 개념을 계속 인지하고자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같은 생활관에 사는 다른 사람들이 막 하루에도 몇 개씩 결제를 하고, 내 통장도 완전히 ‘텅장’은 아니었는데도 뭐 하나 사지 않았으니 말이다.

내가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 주위의 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생필품만 간신히 사면서 간신히 살아가지는 않는다. 그러다보니, 모든 소비에는 ’맛‘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 맛에 어느 정도의 감미료 역할을 하는 게 블프 같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사야하는 이유를 만들어주거나 사고 싶게 만들어야 돈을 내는 입장에서도 맛이 있다. 사람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입맛이 똑같지는 않아도 어쨌든 각자 자기 입맛에 맛있는 걸 찾지, 그냥 굴러다니는 걸 아무거나 골라잡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다만, 나처럼 제테크를 위해 나름 소비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감미료에 현혹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아무튼 아무것도 안 산 스스로에게 약간의 칭찬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