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를 버티는 소비 억제기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이 끝난 것 같다. 물론 나는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았다. 사고 싶은 건 많았지만, 사야할 이유가 분명한 건 없었다. 게다가, 그때부터 슬슬 줄어들은 통장 잔고를 보며, 돈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으므로 블랙프라이데이를 무사히 흘려보낼 수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적어도 신발 한 켤레는 구입했던 것 같다.
물론, ‘블프’를 알게된 게 몇 년 안 되긴 했다.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거의 모든 품목에 있어서, 집에서 사주는대로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가전이나 인테리어 소품에는 돈 쓸 일이 없기 때문에 그쪽 사정은 잘 모른다. 반면, 패션 유튜버를 통해 ‘블프’를 알게되어서 그런지, 옷이나 신발 쪽으로는 어떤 플랫폼들을 이용하면 좋을지, 국내와 해외 모두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다. 잇섭이라든가, 신동 같은 테크 유튜버나, 잡다한 물건들을 다루는 유튜버들은 알리 익스프레스 같은 플랫폼에서도 여러 가지 좋은 물건들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내가 실제로 비용을 지불하고 물건을 받아본 경험은 없다.
아무튼 블랙프라이데이에 구입하기 좋은 것들은 만 22세의 내 기준에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내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니더라도 구입하고 싶거나 구입해야 할 이유가 있다.
2.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닐 때도 비슷한 할인율을 가졌던 것들은 제외한다.
3. 평소에 그렇게까지 구입하고 싶지도 않았고, 구입해야 할 이유도 딱히 없었지만,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한번 새롭게 도전해보는 품목이다.
그리고 약간의 첨언을 해보자면,
1.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니더라도 구입하고 싶거나 구입해야 할 이유가 있다.
-> 돈을 아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착화감이 굉장히 좋아서 또 사야겠다고 생각했던 신발인데 30%정도의 할인율을 보인다든가, 겨울에 꼭 필요한 목도리, 패딩 같은 방한용품들은 하나씩 데려와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캐치볼이라는 브랜드의 신발이 매우 편해서 이번에도 또 하트를 눌러놓고 장바구니에까지 넣어두기까지 했다. 패딩도 작년에 낡은 롱패딩을 버려서, 하나 장만하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다. 물론 둘 다 울타리 안에 있는 내가 휴가 나갈 때 며칠 씩을 제외하고는 거의 1년 이상 못 쓸 것들이라 실제로 결제를 하지는 않았다. 울타리에 갖히기 전에는 주로 이 기간에 신발을 많이 데려왔던 것 같다.
2.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닐 때도 비슷한 할인율을 가졌던 것들은 제외한다.
-> 시즌이 많이 지난 명품 하이엔드 제품들이나 시즌오프 기간 세일에도 항상 나오는 것들은 굳이 살 필요 없다. 꼭 필요하다면 상관없겠지만, 플랫폼들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수많은 광고들이 등떠미는대로 순순히 돈을 내주기 싫은 기분이 든달까?
3. 평소에 그렇게까지 구입하고 싶지도 않았고, 구입해야 할 이유도 딱히 없었지만,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한번 새롭게 도전해보는 품목이다.
-> 나의 과거 경험을 떠올려보자면, 나일론 모자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한창 고프코어니, 뭐니 하며 나일론 모자들을 많이 쓰고 다니는 분위기였지만, 평소의 나는 ‘나일론으로 만들 걸 몸에 걸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블프 기간에 정말 저렴한 가격에 나쁘지 않은 아이템을 발견하여 맛을 봤던 기억이 난다. 막 즐겨 쓰지는 않지만, ’이런 느낌이구나‘ 알기에 충분했고, 또 평소와는 괜히 다르게 입고 싶은 날에는 종종 쓰는 것 같다. 아무튼 내가 그렇게까지 투자하고 싶지는 않지만, 경험해보고 싶거나 도전해보고 싶은 것에 지출하기에 적절한 물건이 있다면 건지기 좋은 시기인 것 같다.
+ ’런업‘이라는 유튜버도 보는데, 그 아저씨는 나랑 소비가 완전히 다르다. 멋있는 아저씨지만, 울타리 안에서 한달에 100만원도 못 받는 사람이랑, 얼마 버는지는 몰라도 청담동에서 몇 년째 자기 사업 유지하는 사람의 소비가 같을 수는 없으니 당연한 말이다. 블프 기간이나, 시즌오프 기간이나, 본인의 할인 혜택 프로모션 중에, 지금 파는 가격이 괜찮으니까 미리 사두었다가 나중에 선물할 일 있으면 하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나로서는 선물하고 싶거나 해야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고, 그러한 고가(물론, 어떠한 가격을 ’고가‘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도 다들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의 물건들을 쌓아놓고 있을 여력도 안 된다. 아무튼 이렇게 누군가의 말이 ’나름‘ 합리적인 것 같아도, 그게 그 사람의 상황에서만 합리적이라면, 나의 소비에 반영할 수 없다.
++ 이건 굳이 안 해도 되는 말이지만, 내 블로그니까... 무신사 블프는 그냥 캐치볼, 반스 정도가 맞는 것 같다.
‘뿅글이’라는 유튜버가 쓴 ‘돈은 좋지만 제테크는 겁나는 너에게’라는 책을 2회독 중이라, 그 사람 책에 나왔던 말인 것 같은대, 어쨌든 ‘소비 억제기’라는 말이 지금의 나의 상황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 블랙프라이데이에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스스로 ‘억제’라는 개념을 계속 인지하고자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같은 생활관에 사는 다른 사람들이 막 하루에도 몇 개씩 결제를 하고, 내 통장도 완전히 ‘텅장’은 아니었는데도 뭐 하나 사지 않았으니 말이다.
내가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 주위의 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생필품만 간신히 사면서 간신히 살아가지는 않는다. 그러다보니, 모든 소비에는 ’맛‘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 맛에 어느 정도의 감미료 역할을 하는 게 블프 같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사야하는 이유를 만들어주거나 사고 싶게 만들어야 돈을 내는 입장에서도 맛이 있다. 사람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입맛이 똑같지는 않아도 어쨌든 각자 자기 입맛에 맛있는 걸 찾지, 그냥 굴러다니는 걸 아무거나 골라잡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다만, 나처럼 제테크를 위해 나름 소비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감미료에 현혹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아무튼 아무것도 안 산 스스로에게 약간의 칭찬을...! 😂